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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_가슴 뛰는 소설(창비)

sigorddd 2021.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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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을 진행하지 않던 꽤 오랜기간 책을 읽지 않았다. 책을 읽지 않음으로 인해 , 내 생활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몸소 느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책이란, 원동력이 있어야만 다가올 수 있는 성질의 것이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오랜만의 반가운 동력으로 나에게 다가온 <가슴 뛰는 소설>이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적어보려한다.

 


 

결론 먼저 말하자면,

이 책에 있는 단편 소설속에서의 인물들은 대체로 예전에 가슴이 뛰었거나, 뛰다가 만다.

 

제목에 공감하기 어렵다.

'가슴이 뛸 때가 있는 소설'이라면 또 모를까.

'가슴 뛰는 소설'은 어느정도 과장의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떤 블로거는 이렇게도 말했다.

"심박수 떨어지는데요?"

 

눈에 확 띄는 촌스러운 핫핑크색. 눈을 먼저 뛰게 하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표지가 이쁘다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표지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가슴 뛰는 소설

이 책에는 총 9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있다. 그리고 여기 나온 단편들은 기존에 출판이 되어, 어느 책에선가 봤을 수도 있는 단편들로 구성되어있다. 이 부분이 또 아쉽다. 오직 팔기위해 만들어진 책에 불과한 것 아닌지;; 출판사 차원에서 특정 '테마'를 정하고, 어울리는 소설들을 배치했다고 할지라도, 이렇게 나오는 책이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모르겠다. 그저 독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에 불과한 건 아닌지;;

 

기존에 안읽었던 소설들이 수록되어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런 류의 소설 묶음은 정말 아쉬운 출판계의 습성이라 생각한다. (둘러보면, 이런 형식의 소설집이 차고넘친다)

 

아무튼 책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덧붙여 보자면 -

 

<첫사랑>

가슴뛰는 소설이라는 제목을 보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을 때, 마주한 첫 소설은 '첫사랑'이다. 대부분의 첫사랑이 학창시절에 머물러 있듯, 책 속에서 표현되는 첫사랑 역시 학창시절에 머물러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품었을 때,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들은 얼마나 서툴렀던가. 

 

맨 첫장에서 "이 새끼가 xx xx 사랑한단다!"라는 문장이 그리 밉지 않게 보였던 것은 충분히 서툴렀을 나이라는 것을 아니까 가능했던 일이다. 나 역시도 그랬을 것이고, 이세상 누구나 처음 사랑을 표현할 땐 서툴렀다. 사랑이라는 건, 몇번 한다고 능숙해지는 것도 아니지만, 유독 서툴렀던 때가 있다.

 

서툰 사랑에 대해 떠올리기에 첫번째 소설은 충분히 예쁜 측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이성에 대한 사랑이든, 동성에 대한 사랑이든 충분히 예뻐보였다.

 

첫번째 소설은 그래도 좀 가슴뛰는 축에 속했다.

<햄릿 어떠세요?>

생각했던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더 많이 의지하는 모습을 보일때, 때때로 겁이 난다. 그래서 쉽게 멀어질 때가 있다. 상대로부터 주어지는 책임감을 내려놓고 싶고, 나 스스로를 먼저 지켜야겠다는 방어기제가 갑작스레 작용하면서 연인 간의 사이가 멀어진다. 

 

그런데 그렇게 멀어지고 난뒤에 짐이 덜어지는 것도 아니다. 한동안 나를 강하게 짓누른다. 그토록 믿어줬던 사람을 배반한 것에 대해서, 더 마음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며, 한동안 무거운 생활이 이어진다. 충분히 노력했다고 자위하지만, 한켠으로는 그저 도망쳤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나를 놓아주질 않는다. 

 

마지막 주인공의 눈물은 아마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미안함, 죄책감, 아쉬움 따위의 ..

 

참으로 재미가 없던 소설.

 

짝사랑은

찌질하다.

더 찌질하다.

아니? 여기까지 찌질할수있다.

 

그냥 찌질함을 수위별로 나타냈던 책이며,

그러한 찌질함을 스스로 포장할 줄 아는 것에 다름아니던.

<괜찮아 니 털쯤은?>

반면,

참으로 재미있던 소설.

 

'원숭이 인간'이라는 참신한 소재를 다루고 있었고, '원숭이'라는 콤플렉스를 지닌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서부터 조금씩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나는 일련의 과정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의 중심에 "괜찮아, 니 털쯤은"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진짜 재미있게 배치되어있다. 

 

어딘가 다 이해하는 듯한 연인의 반응, 연인의 반응을 보며 핑크빛 미래를 꿈꾸는 주인공, 이제 그만만나자는 반전의 대사. 원숭이와 사람은 역시 안되는구나 라는 주인공의 한탄에 이르기까지 .. 많은 것들이 흥미롭게 읽혔다. 하지만 이 소설도 재미있는 소설이기는 하나, '가슴뛰는'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단편인지는 모르겠다.

 


 

흥미로운 소설들이 있긴 했지만,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주위에 권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다만, '최민석' 작가라는 사람을 만나게 해준 고마운 책이긴 하다.

 

그냥.

그뿐.

교차형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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